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고 공원 산책
여가문화 큐레이터가 전하는 공원소식 6호
분단과 갈등의 아픔을 치유하고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느낄 수 있는 서울의 공원?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주에 접어들었다. 남은 가을날을 서울에서 뜻깊게 보내려면 여행만 한 게 없다. 만일 서울에 온 외국인들에게 이색적인 당일 투어를 소개해야 한다면
그 역시 공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침 돌아다니기에 좋은 날씨이지 않은가?
우리나라를 찾는 많은 외국인들은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냉전의 마지막 전선인 한반도의 모습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길 원하고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더하여
근래에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 유행하면서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많은 교훈과 성찰을 얻는 여행이 대세가 되고 있다. 서울의 공원에서도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
그리고 통일과 평화를 체감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니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창포원 옆 평화문화진지
서울창포원 위에 바로 붙어있어 마치 하나의 공원처럼 보여지는 평화문화진지는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남침 경로가 되었던 곳에 대전차방호
시설을 건설하면서 생겨났다. 1층에는 군사시설을, 2~4층에는 주거 목적의 시민아파트가 건설되어 엄폐되었던 평화문화진지는 이후 노후화로 시민아파트가 안전을 위해
철거되었고 2017년 역사와 여가문화가 깃든 뜻깊은 문화예술공간으로 재생되어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되었다. 평화문화진지는 총 4개의 동과 전망대로 구성되어 있고 내, 외부에 여러 부대시설이 있으며, 베를린시로부터 기증받은 베를린 장벽 등이 있어 장소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평화문화진지는 긴 일직선 형태의 건축물이다. 그래서 막상 정면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 왼쪽으로 먼저 갈지, 오른쪽으로 먼저 갈지 순간적인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상설전시실과 진지한 책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내부 공간은 입주작가들이 쓰거나 기획전시를 진행하고, 대관을 통한 외부 행사 사용 등으로 인해 닫혀 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창포원 및 평화문화진지 추천 코스>
서울창포원 입구 평화문화진지 진지한 책방 평화문화진지 상설전시실 내부 평화문화진지 전망대
그래서 평화문화진지를 살펴보는 방법을 소개하자면 위와 같이 왼쪽에서부터 오른쪽 순으로 가는 코스가 효율적으로 탐미할 수 있는 코스로서 대략 1시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 도봉산역 2번 출구에서 내려와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서울창포원 입구가 나오고 북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평화문화진지 평화광장을 만나게 된다. 평화
문화진지의 역사를 설명한 안내판과 세계 주요 도시들은 물론 북한 도시들과의 거리를 표시한 표식, 포대 터, 베를린장벽 등을 볼 수 있으며 전망대 방향으로 이동하면
기증도서들로 채워진 ‘진지한 책방’을 만나볼 수 있다.
긴 복도 형태의 작은 상설전시관이 곧바로 연결되어 있고 마지막 코스로 전망대 앞에서 냉전 때 한국군의 주력 무기로 사용된 전차와 장갑차를 보고 전망대에 올라가 서울
창포원과 평화문화진지의 전경, 보이지 않는 북녘을 바라보며 한국의 분단과 평화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할 수 있다. 아울러 10월 29일, 30일과 11월 5일, 6일에는 상설전시 외에도 입주작가 연계프로그램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예정되어 있다.
전망대를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내려와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2층 복도 중간에 공공미술 프로젝트 <동상이몽_스펙트럼> 설치물이 나온다. 투명한 유리에
새겨진 각각의 작품에 QR코드가 부착되어 있어 손쉽게 2024년까지 감상할 수 있다. 작품들을 보다 직진하면 도봉산역과 철길을 가까이 조망할 수 있다. 이때 텅 빈 철로와
그 위에 멈춰서 있는 열차를 보면서 휴전선으로 인해 한반도 최북단까지 열차를 타고 갈 수 없는 우리들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러다가도 힘차게 도봉산역보다 북쪽에 있는 역을 향해 큰 소음을 일으키며 나아가는 지하철을 보면 결국 자주평화통일이 이루어져 북녘을 철길 따라 반드시 갈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 평화문화진지 2층 복도 좌측 끝에서 북쪽을 향해 바라본 텅 빈 철도와 멈춰선 열차 (左)
▲ 평화문화진지 10월, 11월 입주작가 연계프로그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포스터 (右) <사진출처: 평화문화진지 누리집>

▲ 평화문화진지 전망대 앞에 전시된 냉전 시기부터 사용한 한국군의 M48A3K 전차와 CM6614 경 장갑차
독일 베를린에는 슈프레강 강변에 위치한 베를린장벽공원이 있다. 서울창포원 옆 평화문화진지의 위치나 전시 및 내부 구성 요소가 모두 유사한 특징을 지닌다는 점이 특이하다. 서울창포원 옆 ‘평화문화진지’는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딛고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희망의 상징이자 현재진행형인 역사로서 서 있고, 베를린장벽공원과 붙어있는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는 독일 분단의 종말에 대한 기쁨의 상징이자 아픈 역사에 대한 역사적 기억으로 서 있다. 즉 두 공원은 각각 ‘평화문화진지’와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라는 아픈 역사를 문화예술로 승화시켜 통일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미래지향적인 공간이 공원 바로 옆에 있어 단순한 산책의 개념을 넘어서고 있다. 기왕 서울에 온 김에 베를린과 같은 듯 다른 서울창포원 옆 평화문화진지를 방문해 보면 어떨까?
남산공원 아래 방공호로 기획되었던 남산 제2호 터널
서울시민은 물론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서울에 왔을 때 꼭 한 번은 지나게 되는 남산터널은 단순히 교통의 기능을 넘어 분단과 냉전이 얽힌 유사시를 대비한 시설로서의 기능도 수행하도록 당초부터 기획되었다. 1·21 사태,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인해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위기의 해였던 1968년을 겪은 후 서울시는 1969년에 ‘서울 요새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 계획의 주요 부분으로서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남산에 터널을 건설하고 터널 속에 약 23,000m2 규모의 지하광장을 건설하여 유사시 최대 40만 명을 대피시킬 수 있는 일종의 방공호로서 기능하게 하려던 계획이 추진되었다.

▲ 서울 요새화 계획과 남산 지하개발 지도(사진 속 정중앙이 지하광장 및 방공호로 기획되었던 부분) <사진출처: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아카이브>
터널 건설의 주된 목적은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교통로 확보 및 강북에 치우친 교통난을 해소하고 강북에서부터 경부고속도로를 연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는 남산 제1호터널에만 국한되었다. 함께 건설이 진행된 남산 제2호 터널의 경우 그 저변에는 분단과 냉전으로 인한 갈등을 대응하기 위한 방책이 깔려있었다. 다만 당시 오직 한국 국내에서생산된 원료와 국내 기술로만 시공이 되다 보니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끝내 지하광장 및 방공호 계획은 실행되지는 못해 현재는 당초 계획된 지하광장을 볼 수는 없다.
외국인들의 인기 관광지인 서울 종로 일대의 도심과 강남을 연결하는 주요 통로인 남산터널을 지나면서 혹은 남산타워 등을 관광하기 위해 남산공원을 거닐면서 이러한 분단과 냉전의 이면을 생각하고 느껴보면 어떨까?
분단과 갈등의 아픔이 서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공원 속에서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공원을 산책해보길 바란다.
